자작시
가고 싶은 고향
산향김포
2006. 12. 25. 09:56
고향에 가고 싶다.
글/산향
마당가 작은 개울건너 둔덕에 있던 밤나무 들은
수십년 풍상을 어찌 격었는지
그 둔덕을 돌아 앉아 처마만 보이던 상여집은 어찌 되었는지
내가 자라던 집은 누가 사는지
닦는 것은 싫어도 놀기는 좋던
넓은 마루는 아직 있는지
벌통이 드문히 서있던 돌담은 제자리에 있는지
많던 살구와 복숭아는 아직도 열매를 맺는지
감자심고 파 심던 텃밭에는 무엇이 심겼는지
마당가 실개울에는 물이 여전히 흐르는지
거기 빨래방망이 소리 아직도 들리는지
강냉이대로 물방아 만들던
친구들은 무엇을 하는지
봄, 가을에는 대장장이 망치소리로
가을에는 알밤 떨어지며 우당탕대던 대장간은 아직 있는지
내가 아는 어른들은 이제는 모두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듯하다.
그런데 가고 싶다.
만나 볼 사람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오라는 사람이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가야 할 볼일도 물론 없다.
그런데 가고 싶다.
고향에 가면,
고향으로 돌아가면,
나를 사랑하는
나를 강동 강동 뛰게 하는
그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고향 햇살에 따뜻하게 안기고 싶다.
피곤한 마음도
갈증 난 삶도
고향 품에선 쉴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1월 18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