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고향을 가다

산향김포 2006. 12. 24. 18:28
 

    -나들이-            산향

오전에 면목동서 출발하여 용문서 비를.

길가 슈퍼에 들려 우비와 비닐봉지를 구하다.

우비를 입고 비닐봉지로 발을 싸서 보온을 한다.


빗길이라도 오토바이는 잘 달린다.

양평을 지나 횡성으로

횡성에서 안흥으로

안흥에서 문재를 넘으며

건설중인 도로에서 비 때문에

많이 힘이 들었다.

그리고 계촌을 지나니 멋다리

드디어 방림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약속한 사람도 없다.

무엇이 그토록 빗길을 달리게 하였나


모교 교정을 둘러본다.

그렇게 크고 넓고 아름답던 학교

좁고 작고 초라하다.


젓가락을 잊고 갔을 때

즐겨 찾던 개나리덤불도 안보이고

교문을 지키던

그 큰 버드나무도 언제인지

벌써 그루터기가 썩어가고

후박나무만 세월이 지났어도

별로 더 크지도 않은 채

자리를 지킨다.


이제 어디로 간다?

허기지는 배부터 채우자

식당을 찾으니 마땅한 곳이 없다.

대충 채우고


살던 동네를 찾아본다.

주마간산

오토바이위에서 

마을을 지나며 살펴본다.

내 살던 집이 있으나 많이 개조되어

옛 모습은 윤곽만 남아있다.

새 주인이 어쩔 수 없었던 것은

홍수를 막으려고 쌓아놓은 돌담뿐이다.

더 기웃대다 사는이 만나면

내가 여기 살았었노라기엔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다.


비는 그쳤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중방림에서 출발

상방림으로

뱃재를 넘어 평창을 들어선다.


군청에 들려 친구를 만나니

보낸 세월의 흔적으로

친구의 얼굴에도 주름이 생겼다.

점심을 먹고

멧둔재를 넘어 미탄으로

그 옛날 율치리의 광산이 호황이던 시절의 미탄이 아니다.


율치리 옛 광산의 흔적들을 돌아보고

한 밤을 지내고

즐겨 오르던 산들을 올라본다.

고비도 포기져 자라있고

더덕도 어쩌다 보인다.

제철이면 두릅도 조금은 꺾을 수 있겠다.

광산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여기까지 달려오게 한 무엇만큼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밤치를 지나 빈터거리, 학전리, 요봉, 마차,

영월 삼거리 그리고 제천

원주를 지나 다시 횡성


비가 오지 않아서

조금은 편한 길이다.


또 와야지

그리고 12년



2003년 12월18일   오래전에 다녀왔던 고향 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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