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도 -
글/산향
아침일찍 출발하여 영흥도까지 11시30분 도착.
십리포 해수욕장 옆 칼국수집에서 점심.
끓여서 내온 칼국수가 불은채로 나왔다.
오전내 굶었더니 걸신이 앞선다.
말로만 바지락 칼국수
해변에서 바지락을 캔 것이 숫자가 더 많다.
시화 방조제
바다를 막은 길이 참 길기도하다
몽골에서 본 무덤보다 큰 개미집이 생각난다.
사람개미들이 바다를 막고 길을 냈다.
대부도 선재대교로 이어지는 선재도
영흥대교로 이어지는 영흥도
낮선 풍물과 먹거리를 기대하고 찾았지만
거기도 그냥 우리 땅 우리내의 일부이다.
추위속에서 부지런한 농부를 보다.
대부도 포도밭의 순 자르는 부지런함
그 손길이 그 수고가 포도알로 영글 것을 약속한다.
오후에는 해변에서 조개를 캤다.
완전히 보물찾기이다.
그런대
자루를 채워 놓은 아주머니가 있다
슬며시 다가가 살피니
조개가 아니고 굴이다.
물어보니 봄에 조개를 캐고 겨울에는 굴이란다.
깔 줄 모르면 살짝 삶아서 먹으라고
친절하게 웃음까지 함께 준다.
평창과 원주 출신인 우리는 부지런히 굴을 주웠다.
돌에 붙어 있지 않고 굴러다니는 굴이 제법 많다.
어려서 보지 못한 것이라 더 탐이 나는가
바람결이 차게 느껴지도록 모은 것이 제법 된다.
저녁은 횟집에서 맛있게 먹고
모텔을 찾으니 묵어가려면 10시 이후에나 오란다.
그전에는 손님을 받아야 한다고
우격다짐으로 2박을 하기로 하고
방을 들어가니 포근하다.
개구쟁이처럼 오후내 맞은 바닷바람에 언 몸이 녹는다.
이틀째 아침
아침식사 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그냥 들어와 늦은 아점으로 하기로 하고 쉰다.
11시 물이 빠져서 길이 난 측도로 건너 가본다
동네 주민들이 굴을 줍는 날이란다.
이른 아침이라 이제 시작이다.
사가려고 기웃해보니 어제 주운 것과 차이가 없다.
그러면 차라리 더 주워보자
자리를 옮겨 다시 영흥도로 가다가
아점을 하기로 하고
문을 연 식당으로
병천순대 특별히 좋아하는 분이 아니면 먹지들 마시길
나 비록 걸신이 들렸를망정 그 맛이 별로입니다.
순대는 물에 삶은듯하고 국에는 허연 비계살이 가득하고
김치와 깍두기는 초가 되었고
해안에서는 해산물을 먹어야 하는데
문을 연집이 없어서 찾았더니
낚시는 물때가 안 맞아서 못하고
조개는 보물찾기 하듯 하고
굴만 주워서 한 봉지
저녁식사는 쭈꾸미 볶음
너무 매워서 땀만 흘리고
자고나니
벌써 돌아갈 시간
아직은 여름에 오는 손님만 바라보는 듯
겨울에 찾은 손님들 먹거리도 볼거리도 별로다
섬 산에 임도로 들어가 보아도
거기가 거기 별다름이 없다.
돌아오는 길
갈 때보다 무척이나 가깝다.
다시 일상이다.
2003년 12월 18일